과천세미나연구실은 매주 토요일에 열다섯명 가량이 모여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모임이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이미경이 둘, 이병덕, 이한욱, 김명천, 김소희, 김혜림, 김범수, 김건우씨, 박씨 두명, 강씨 한명, 성씨 한명 등 우스개소리같지만 본관을 따져보면 한 다리 건너가 친척이요, 사돈의 팔촌이니 후삼국의 씨족사회를 방불케 한다.

우리 동네도 그렇다. 골목 어귀부터 대문 앞에 걸린 문패의 성만 읽으면서 걷다보면 김씨 이씨 김씨 박씨 이씨 윤씨? 무슨 요즘 유행하는 게임기 DDR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전화번호부-인명편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예로 이미경은 세어보니 사십명은 된다.

한국에서 제일 많은 성씨는 뭐니뭐니 해도 '김씨'다. 한국인 네명중 한명꼴. 남한에만 900만명의 김씨가 있고, 이는 전체 인구의 약 23퍼센트를 차지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인구 중 김해 김씨는 367만여명，밀양 박씨 270만여명，전주 이씨는 237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성씨의 역사를 보면, 고주몽 석탈해 김유신 등 삼국시대부터 왕족들에게는 성과 명이 모두 있었지만 서민들이 이름을 가진 것은 고려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이를 토대로 조선조에는 오늘날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호패가 등장하게 될 정도로 성씨가 널리 확산하게 된다．더구나 성명에는 성씨, 항렬, 자가 들어 있어 어떤 혈통의 몇대 후손인 누구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전통마저 부족해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족보를 만들 정도다.

이렇듯,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뿌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들의 호언장담과 집안 내력은 비례하는 것일까. '인터넷 디지털 한국학(uniweb.unitel.co.kr:8085)'에 들어가면 그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자신의 성씨와 본관 등을 입력하면 수백년전 활동했던 자랑스런 조상들이 모니터에 등장한다. 때문에 '서툰 허풍'은 금물. 뼈대만 강조하다가 '별볼일 없는' 가문으로 확인되면 이로인한 망신살을 감당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개인들도 일정액의 비용만 부담하면 인터넷주소(도메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www.nic.or.kr 또는 domain.nic.or.kr)에 접속, 자신이 정한 도메인명이 이미 등록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신청하면 된다.

2000년을 맞은 지금 한국에선, 아직도 '동성동본 금혼'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 시조의 자손들이 20대 동안 다른 성을 가진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였다면, 20대 후손의 피중에 시조의 피는 100만분의 1만 섞인 셈이 된다. 대성 중에는 남남이라고 해도 무방할 혈족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원래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중국 주나라에서 생겨나 한나라때 확립됐다. 신라왕 53명중 27명, 고려왕 34명중 20명이 근친혼을 했을 정도였던 우리나라는 주자학이 전파된 고려말부터 동성동본 금혼이 사회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가족법 개정이 이뤄진 이듬해인 지난 90년부터 '동성동본 금혼 피해자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금혼조항 폐지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지만 새천년을 앞두고도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으니 한민족 한겨레(?)임은 분명한가 보다.

한편 전체 인구에 비교할 때는 한국 김씨가 한 국가내에서 가장 흔한 성씨지만, 절대숫자를 보면 중국 리씨가 가장 흔한 성씨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흔한 성은 리(Li)씨다.

M K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