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입을 때 전혀 액서서리로 치장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까만 옷에 진주 목거리를 하고 미니멀리스트적인 간단한 화장을 한다. 한 쌍의 귀걸이를 사서 다시 일년후에 새 귀걸이를 살 때까지 죽 그것을 끼고 다닌다. 새 구두 사 신기를 무척 좋와 하는데(나도 따지고 보면 여자 인 것이 뻔하다) 살 때마다 검정 구두 아니면 밤색 구두를 사서 어는 복장에나 골고루 다 어울릴 수 있게 활용한다. 빽은 어는 옷을 입을 때나 똑같은 것을 들고 다닌다. 여기저기 속에 있는 것을 옮겨 담는 것이 귀찮고 카멜 색갈이 다 두루 어울리는 것 같아 그 빽 하나로 다 맞춰 입는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머리가 아퍼지니까...
어느날 갑자기 무슨 마음에선가 모자를 하나 샀는데, 이 모자는 아마 스탠포드 베스킷볼 이라는, 기숙사에서 뒹굴 거리다가 어떤 무더기 속에 쌓여 있는 모자 이후로 처음 구입한 모자 같았다. 그렇게 생각 해 보니 이 모자가 보통모자가 아니었다. 오드리 헵번이나 그레이스 켈리, 아니 재키 오나시스가 쓰던 모자 같았다. 앙고라와 모직이 섞인 털이 부시시 해 보이는 크림색의 모자가 내 머리 위에 오뚝 올라앉아 있는 것이 어쩌면 모자보다는 두건으로 보인다. 내가 새 모자를 쓸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폼나게 느껴지고 월 스트릿가 버스를 타려고 종종 거름을 할 때에도 기분이 절로 당당해 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어쩌면 저렇게 코디네션을 잘 했나하고 부러워 해 하는 눈총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 사실은 내 머리 꼭대기에 부시시하게 앉아 있는게 뭘까 하고 이상스럽게 보는 것인지도 모르나... )
나는 갑자기 팔지, 목거리 등의 액서서리를 줄줄 달기 시작했다. 작은 귀걸이 이지만 매일 빼놓지 않고 갈아 끼우기 시작했다. 그전에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일들이 갑자기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아무 옷하고 어울리지도 않고 내 발만 괴상하게 보이게 할 올리브 색깔의 가죽 부츠가 빨간 머리띠와 오묘하게 어우러져 보인다. 카멜색 오버코트와 빽 색깔이 서로 다른 색깔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하고 밋밋한 단색인, 검은 색깔로만 생활하던 내가 별 신경 쓰지 않고도 액서서리로 처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가 조만간에 빈 손가락으로 나가기는 허전하고 손목에다도 꼭 뭘 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이 한 가지 색깔만으로는 심심해 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페션의 노예가 되어 귀에서 발끝까지 비단과 보석을 감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