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만용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귀에다 팔찌처럼 커다란 링을 메다는 것은 기본이고 구슬이 주렁주렁 달려 거의 어깨에까지 닿을 듯한 귀고리가 유행했었다. 무엇보다 얇고 연약한 귀가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나 혹독했으리라. 지금은 워낙에 패션이 심플하고 모던해져서 그나마 귀에 대한 대접이 좀 나아졌지만, 당시의 화려하고 과장된 패션 때문에 귀의 수난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귀의 장식에 대해서는 주변의 시선이 너무도 너그럽다. 배꼽이나 혀, 코 등에 피어싱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발대발하는 보수적인 어른들조차 귀에 구멍을 뚫는 것은 18살이 넘으면 허용되는 술이나 담배, 나이트클럽과 같은 취급을 하는 듯하다. 남자들의 장식에 대해 극도로 편협한 우리나라에서도 남자가 귀를 뚫는 것쯤은 애교로 봐준다.
귀는 다른 어떤 인체 부위보다 잔인한(?) 장식문화가 발달한 부위이기도 하다. 목에 수십개의 링을 끼워 사슴처럼 긴 목을 만드는 것이나 아랫입술을 원판으로 늘려서 기형적인 형태를 만드는 걸 볼때마다 '어떻게 저런일을1x'이라고 미개하고 원시적인 행위로 취급하지만 귀를 뚫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귀를 뚫는 일은 인류가 인체를 왜곡해서 장식하던 습성 중에서 문명화된 이후에도 끝까지 남아있는 흔적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귀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고 할만큼 관대하고 무감각하지만 한편 동양의 역리학 관점 에서 보는 귀는 다르다. 옛부터 코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귀 잘생긴 거지는 없다고 한다. 원래는 코가 반듯하고 잘 생긴 사람은 인생이 평탄하고 굴곡없이 잘 산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에는 예외가 있지만 귀가 크고 잘 생긴 사람은 평생 밥 굶는 일 없이 잘 산다는 얘기다. 귀가 잘 생겨야, 특히 귓볼이 넓고 두툼해야 복 있다는 얘기는 부처상을 보면 확신을 갖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세상의 온갖 복을 다 가진 얼굴로 해탈한 부처를 형상화했을 것이고 부처의 귀는 예외없이 거의 턱까지 내려와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미용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해서 작고 소담스러운 귀를 선호한다. 때문에 큰귀를 가진 여자들은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헤어스타일을 고집하고, 짧은 커트머리 한 번 해보는게 소원인 사람들도 많다. 우스갯 소리 같지만, 일명 '냄비 귀'를 가진 모델들은 뉴욕이나 파리로 진출하기 위해 성형수술도 불사한다니 재밌는 일이다.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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