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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여자 세번째

첫 번째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인사동에 있는 전통 카페에서였다. 글쟁이나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다는 인사동, 모퉁이에 자그마하게 웅크리고 있는 '시인과 촌장'이라는 70년대 통기타 그룹의 이름 비슷한 그 카페를 찾았을 때는 이미 영이라는 그 여자와 그, 그리고 곱슬머리가 잘 어울리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도착했을 때, 영이라는 여자는 10년지기 친구나 만난 듯 날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물론 이미 술에 어느 정도 취해 있던 그도 나의 출현을 반가워 하는 듯 했다.

"아, 하린아, 이분은 동화작가인데, 아, 정말 너와 같은 대학이라신다. 혹시 알겠니?"

서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족히 5년은 선배인 듯한 그 곱슬머리의 여자를 나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정도 이상의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나의 명함을 손바닥 위에 얹어 놓고 만지작거리며, 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둥근 테이블 위엔 더 이상의 대화가 오가지 않게 되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세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둥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무언의 실강이를 벌이는 듯 느껴졌다. 애써 새로이 나타난 곱슬머리의 여자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것 아닐까? 왜 그 순간 그 여자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아마도 그 때 속으로 웃었던 것 같다.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하고 생각하니 정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영이라는 여자 또한 그 새로운 여자의 출현을 그리 달갑게 만은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사실을 눈치 챘는지, 곱슬머리의 여자는 가방을 둘러맸다. 일어났을 때의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키가 작았다. 족히 1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은 통굽 구두를 신고 있었다. "후배, 아니 하린씨, 내가 연락 할께요. 우리 따로 만나서 얘기 좀 해요. 같은 학교 선후배끼리 이렇게 모르고 지냈다니 정말 유감이네요. 게다가 소설 쓰신다구요. 정말 반가워요. 그럼..."

화술이 좋은 그 여자가 일어섰을 때 그도 따라 일어섰다. 영과 나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응, 잠깐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올께,. 지금 비가 내린다. 그럼 가지말고 기다려. 금방 올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는 끝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영과 나는 서로를 외면 한 채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거짓말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다음날 그는 우리 사무실 앞으로 날 찾아 왔다. 아주 외로운 사람의 표정이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바람이 꾀나 쌀쌀했다. 처음 내가 그에게 빠져들었던 그 눈빛이 나를 향해 다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린 어두컴컴한 벤치에서 키스를 나누었다. 그의 입술이 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난 다시 그의 것이 되었다. 어제 있었던 그의 돌연한 사라짐이나 그 전의 영과의 사라짐 같은 것은 이미 나의 마음속의 앙금으로조차 자리하지 않았다. 스르르 녹아버린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란 것을 나는 그때 다시 깨달았다. "넌, 참 귀여운 구석이 많은 여자 아이다. 하린아, 너 그것 알지. 널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하린아, 너 그리고 입술이 아주 예쁘다. 촉감도 좋아."

내 입술의 촉감을 말해주는 첫번째 남자. 난 그때 그를 위해 내 평생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했다. 우린 그날밤 다시 그 수정 모텔로 향했다. 그곳에서 난 난생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였다. 아니 남자가 아니라 그를 받아들였다. 뭐랄까, 아무런 느낌도 없는 그저 그와 나만의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내가 그의 여자가 되고, 그가 나의 남자가 되는 신고식이라고나 할까. 아니 적어도 난 그렇게 믿었다. 그 순간을, 그리고 그날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와 보냈던 넉달은 내게 있어서 꿈같은 나날이었다. 우린 매일 만났고, 그리고 그의 얘기를 듣고, 내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 사이 많이 변해 있었다. 머리도 제법 여자 티가 날 만큼 & #51088;라 있었으며, 립스틱을 멋스럽게 그릴줄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내 몸의 변화는 체중이 7 킬로그램이나 빠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그런 느낌, 그저 그 생각만으로도 나는 배가 불러왔다. 그 포만감. 특히 그를 만나면 난 아무 것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에게, 그 곱슬머리의 나의 선배라는 여자에게 전화가 온 것은 비가 내리는 저녁 7시쯤이었다. 술이나 한잔히면서 선후배끼리 얘기나 하자는 그녀의 제안을 난 뿌리치지 못했다. 아니 왠지 꼭 한번은 다시 만나보아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내게 술을 권했다. 처음 한잔을. 그리고 우린 학교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얘기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지루한 시간이.

"나, 너에게만, 너라고 불러도 되지. 후배에게만 할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 해도 되겠지?"

그녀는 아주 비밀스런 얘기를 하려는 사람처럼 뜸을 들였다. 그리고 날 향해 빙긋 이상야릇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말을 꺼냈다.

"나, 있잖아, 그 사람 사랑한다. 그 사람도 날 사랑한데, 내 가슴이 아주 예쁘다고 그랬다..."

술잔이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리사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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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It'll be more interesting if there are more happenings in the story. Also maybe another perception of view could be interesting like writing what the guy or the girl Young was thinking. Maybe, mode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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