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탄생과 더불어 시작한다. 이 생물학적인 진실 앞에서 세상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의례를 치르곤 한다. 장례식이 가장 화려한 나라 중국.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오랜 농경사회에서 뿌리 내린 대가족주의적 가치관을 굳게 지니고 있다. 화려한 중국 일반인들의 장례식이 더욱 이것을 뒷 받쳐 주고있다. 결혼식보다 화려한 중국의 장례식은 현대 중국인들이 그들의 조상 못지 않게 후장품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주의 시절이 한창이던 50년대의 중국에서는 화장을 하도록 정부에서 법으로 규정지었다. 간단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정부의 방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틈엔지 흐지부지 하게 되어 지금은 70%가 토장으로 변해 버렸다. 중국 농경지의 0.5%인 5백여만 묘가 이미 무덤으로 잠식당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물론 70년대 후반부터 그들의 장례식 문화가 화려하게 시작되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랜 풍습처럼 전해져 오던 그들의 화려한 장례식 문화는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피라미드는 지하에 있다. 서안의 진시왕릉이나 북경 창평현의 명 13릉은 규모면에서 피라미드에 버금가지만 모두 땅속에 설치되어 있다. 명 13릉의 경우 무덤 하나가 보통 50만명의 인력으로 6년간에 걸쳐 완공시킨 것이라 한다. 왕릉은 상상을 초월한 차원에서 호사롭게 꾸며져있다.
중국 백경의 동해현이라는 한 시골은 '지하현위원회'란 이름을 갖고 있다. 풍수가 좋다고 소문나면서 벌떼처럼 인근의 지방수령들이 몰려든 것이다. 시장급 3명, 현장급 3명, 국장급 13명, 부국장급 20여명 등 명망 있는 지방 인사들이 한곳에 나란히 잠들어 있어 주민들이 이곳을 '지하현위원회'로 풍자한 것이다. 또한 호북성의 어느 시골에선 간부 한 사람의 장례를 치르면서 식장으로 사용된 초등학교가 7일간 임시휴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운동장 가득 조화가 물결을 이루고, 만장이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이곳을 방문하는 문상객들의 차량행렬에다 폭죽과 풍물소리가 넘쳐 수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른바 주야로 모여 먹고 마시는 홍희(결혼식)에 쌍벽을 이루는 백희(장례식)가 벌어진 것이다. 경우에 따라 간부의 장례를 치를 때 우선 각급 지도층으로 '치상위원회'가 구성된다. 그 밑에 판공실이 설치되고 주임, 부주임이 임명된다. 재료조, 접대조, 선물조, 후근조가 분야별로 임무를 수행한다. 23-7일의 백희가 끝나면 출빈한다 호화 공용차량이 적게는 5대로 많으면 10여대씩 늘어선다. 어느 곳에서나 너무 튀는 것은 항상 빈축을 사게 되어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이런 대단한 장례식을 꼬집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화장례 풍조가 수그러드는 것은 아니다.
장례가 끝나고는 귀절이라고 불리는 제사가 잇따른다. 칠천일제가 다섯번으로 45일, 1백일이 지나면 '소백일', 그리고 '1주년' '3주년'으로 이어지며, 절후에 따라 '3월 3일', '4월 청명절' '7월 보름' '섣달 그믐달' 식으로 무덤에 음식을 뿌리고 종이를 태운다.
우리나라의 3일장 후의 제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함과 소비를 조장하는 장례문화이다. 옛날 우리 나라의 효자들은 3년상을 지냈다. 부모가 죽으면 그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으로 연결된 것이라면 중국인들의 그것은 돈과 연결지어진다. '생전박양, 사후장'이라고 하듯 아무리 생전에 부모를 박정하게 대했더라도 장례식, 제사 만큼은 재물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그 속에는 조상무덤을 잘 써서 후손의 발복을 고대하는 인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역시 더 많은 재물과 명성을 얻기를 바라는 중국인들의 바램에서 비롯된 문화양식이다. 물론 이런 중국의 제사 풍속을 보는 서양인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음' 그 자체이다. 서양인들의 문화 속에는 죽음과 노화를 은폐하고 배제하려는 속성이 강하게 드러나고있다.. 서양의 문화속에는 젊음과 건강이 강조된다. 젊음에 대한 강박의 이면에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왜곡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서구 사회학계에 등재된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문학동네 펴냄)에 의하면 문명화한 사회, 곧 서구 사회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이전 사회와 비교 분석하면서 현대 사회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패를 가리킨다. 그 실폐가 바로 죽음과 노화를 은폐하고 배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양인들에게 있어 장례식은 결혼식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도 많은 돈을 사용치도 않는다. 물론 중국과 비교해서 말이다.
신생아실에서 영안실까지가 현대인들의 삶이다. 실버타운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서양인들의 장례식은 기껏해야 꽃 한송이를 무덤 앞에 바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렇듯 가볍게 치루어지는 장례식 문화.중국의 화려한 장례식에 비교해 보면 너무도 검소하면서도 어찌보면 너무도 경박한(?) 장례식 풍조인 것이다. 영혼 세계와의 교류가 있다는 사실을 굳건히 믿는 중국인들, 어느 것이 더 옳바르고, 나쁘다고는 말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재미난 통계 하나를 공개 해 볼까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도시인들은 1년에 평균 12번 경조사에 찾아 나서며, 가족이나 친인척 경조사일 경우 한번에 9만원 정도, 친구나 이웃은 4만원정도를 경조비로 내는 것으로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에 의해 조사되었다. 이는 전국 11개 주요도시에 사는 성인 남녀 1천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조비 지출 실태 및 의식조사'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된 것이다. 조사결과 도시인들은 연평균 13회 경조사 초청을 받고 이 가운데 12회는 실제로 참석한다. 경조사별로는 결혼식 6.4회, 장례식 2.1회 회갑, 칠순과 돌, 백일 각 1.6회 차례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례식 보다는 결혼식이나 축하 문화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