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여관, 아니 모텔이라는 곳에 처음들어 와 본 것이, 아마도 대학교 때 친구들과 강릉에 여행을 갔을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이 두번째였다. 아니 남자와 단둘이서는 처음이었다. 그날이.
24인치 텔레비전 만한 작은 창문엔 빨간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트윈사이즈의 작은 침대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고개를 숙인 채 걸터앉았다. 아마도 술이 꽤나 취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회색 양말이 신겨져 있는 꽤나 귀엽게 생긴 발 모양을 유심히 지켜보고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피곤한 듯 침대 위에 누웠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방바닥에 손을 대고 마름모 모양의 무늬를 따라 손동작을 계속했다. 얼마나 뒤였을까, 그가 나를 불렀다.
"하린이, 너 이름이 하린이였지, 맞지."
"아, 네? 네에."
"이리와서 누워, 안잡아 먹을께, 그렇게 바보처럼 앉아 있지만 말고, 너 여관에 처음와 봤어?"
난 그의 옆에 누웠다. 누워서 보니 천장 한가운데에 형광색의 별무늬가 다섯개 붙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어색함의 순간이 어서 가버리기를 난 간절히 기도했던 것 같다. 아니 이렇게 하여 그와의 관계가 아주 특별하게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난 몹시 흥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해서라도 그와 꼭 다시 연결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날 그와 함께 그 모텔에 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내 인생에 그가 그렇게 깊숙히 침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남자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그도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뜬구름 처럼 존재하다가 사라져 버렸을 테니까. 그의 숨결이 거칠게 느껴졌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손이 나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가슴이 아주 예쁘구나, 너 남자랑 이런 곳에 처음이지?"
"네? 처음인 여자는 싫으세요?"
"응, 그게 아니구, 그냥 그런 것 같아서 물어 봤어."
그는 그날 밤 지루하게도 나의 가슴만을 애무하며 자신의 옛사랑들에 대해 얘기했다. 약간은 술에 취해 과장하기도 한 것 같은 얘기들을, 쉬지도 않고 그는 얘기했다.
우리가 눈을 떴을 때는 빨간 커튼 사이를 비집고 해가 눈을 간지럽 힐 때였다. 그와 나는 서로를 쳐다 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왔을 때 나의 옷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밤을 그대로 나의 몸에 눌려 짓이겨질 대로 짓이겨진 옷, 그것이 그날 나의 어지러운 심경을 말해 주고 있는 듯 했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그는 내 옆으로 다가 오지 않았다.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운 듯한, 언제 저런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는지를 후회하는 듯한, 어쩌면 자신의 기억 없는 밤에 대한 자책감 비슷한 그런 표정들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고개를 숙인 채 뒤돌아 서는 그의 모습을 버스 안에서 볼 수 있었다.
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