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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남자
남자의여자 열한번째

첫 번째

남자의 여자

내가 잠적했던 그 일년간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왜 그가 변한 것일까? 어떤 일들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 연일 길거리에는 캐롤송이 쏟아져 나왔다. 어딜 가든 구세군 냄비의 자선 종소리가 징얼거리며 들려왔다. 그날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무감각으로 인생을 산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형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년간 난 아무런 곳에도 감각의 더듬이를 뻗칠 수가 없었으니까. 눈이 내리는 기세는 온 세상이 머지 않아 흰색으로 뒤덮여 버릴 것 같았다. 세상이 점점 하얀 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 처럼 그렇게 나도 세상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었던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그에 대한 감정 또한 여과되고, 정제 되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눈이 녹듯이 나의 감정이 다시금 그 예전으로 돌아가버리면 그 어려운 나날을 힘든 나날을 다시금 그를 사랑하며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어렵게 택시를 잡아 타고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 한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통나무집이었다. 눈을 헤집으며 토종닭을 잡고 있는 마흔 가량의 아낙이 보였다. 흰눈 위에 너무도 선명하게 흩어져 있는 붉은 피의 흔적은 무섭다 못해 신선하게까지 다가 왔다. 그 옆에서 일을 거드는 것은 다름 아닌 사내였다. 여자가 닭을 잡고 남자가 일을 거들고 있는 풍경. 그 옆엔 을씨년 스럽게 소주 한 병이 종이 컵과 함께 놓여 있었다. 소주의 병이 반쯤 남은 것으로 보아 닭을 잡으면서 이들 부부가 소주잔을 기울인 것이리라. 종이컵 위로 눈은 계속 해서 내리고 있었다. 눈과 함께 섞이는 소주의 맛. 어떨까 생각하니 절로 입안이 아려왔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날 향해 소리쳤다. N선배였다.

"야, 용케 찾아 왔구나, 여기야, 이리로 들어가라."

N선배는 화장실을 가는지 마루를 돌아 사라져 버렸다. 난 비적거리며 핸드백을 다시 고쳐 메고 방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방안엔 그와 또 두명의 사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주 나즈막한 노래였다. 그는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낮의 술판, 그리고 노래. 그들은 모두들 어떤 이유로 이런 여유들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그날은 휴일도 아니었다. 한 곡의 노래가 끝나자 이번엔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사내에게서 다시금 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잇달아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나의 출현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만이 잠깐 눈을 떠서 나를 향해 강렬한 눈길을 보낸 후 손짓으로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권유했지만 말이다. 나는 그의 옆에 방석을 가지런히 놓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손이 나의 무릎 위로 올려졌다. 축축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이 축축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손길은 축축하다 못해 비릿하기까지 했다. 왜 그 축축한 손길 앞에서 난 비린내를 맡아야만 했을까. 그 순간에 말이다. 방문이 열리며 사내가 쟁반을 들고 들어 왔다. 입이 반쯤 벌어져 있고, 동공이 넓어진 것이 소주 한 병은 족히 마시고 난 표정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꽤나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는 쟁반에 빈 접시들을 하나하나 반듯하게 챙겨 담고 있었다. 그리고 상위에 어지럽게 놓여진 냅킨이며, 나무젓가락 벗긴 종이를 주섬주섬 주워서 주머니 속에 넣었다. 표정이 살아 숨쉬지 않는 얼굴이었다. 뒤이어 깨끗하게 가운데 자리가 비어진 곳으로 닭도리탕이 날라져 왔다. 들어올 때 눈 위에서 닭을 잡던 그 여인이었다. 그새 그 닭이 저 냄비 위에서 이글거리며 끓고 있는 것이었다. 닭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죽어갈때, 그리고 그 닭이 뜨거운 물 속에서 폭폭 익어서 이 상위에 올려질 때까지 그 시간 동안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던가. 한마디의 말도, 그 누구와 나누지 않았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노래를 불렀을 뿐. 표정 없는 부부가 문을 닫고 나갈 때 까지는 말이다.

"야, 저 사람들 부부 아니라면서?"

"남자한테 부인은 따로 있다더라"

"정말 이상&# 54620; & #44288;계네. 그럼 불륜의 관계냐? 저 나이에?"

"야, 임마 저 나이에 불륜이 정말 대단한 거야, 사실 알거 다 아는 관계란 거지."

누군가의 입에서 그런 말들이 오가는 것인지 난 알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고개를 들어 누가 어떤 말을 내뱉고 있는지 굳이 알고 싶지가 않았다. 단지 그때 내 무릎 위에 얹혀져서 끊임 없이 무릎을 문질러 대던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는 것만을 알았을 뿐. 닭도리탕에 손을 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점 닭의 기름이 빨갛게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식어가면서 만들어 내는 기름덩어리들.

모파상이라는 단편소설가의 비계덩어리던가 하는 소설제목이 떠올랐다. 정작 그 소설은 제목만 알 뿐 읽어 본적은 없었다. 제목으로 미루어 혹시 심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구박을 받는 뚱뚱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혼자 우스운 상상을 해 보았을 뿐. 그런데 갑자기 그 제목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저 닭도리탕의 기름 덩어리들 때문일 것이다. 그를 보지 않던 사이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손에 땀이 잡혔고, 그리고 아주 많이 온순해 보였다. 겊으로 보기엔 말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더 이상 그의 눈빛 속에서 반짝이는 싱그러움, 여자를 끌어 당기는 그 무엇이 존재치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왔다. 하지만, 그런 나의 느낌은 그날 밤 자정을 넘기기 전 어이없게도 깨지고 말았다. 그날 술자리는 식당 부부를 안주꺼리 삼아 기름덩어리 낀 닭도리탕을 바닥까지 비워가며 술을 마셨다. 그 사이 두명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청량리 어딘가에서 한의원을 개업했다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젊은 남자와 그의 애인인 듯한 검은 모자를 귀밑까지 뒤집어 쓴 여인이었다. 백짓장처럼 하얀 얼굴에 자주빛 립스틱이 꽤나 컬트한 이미지를 풍기는 그런 여인이었다. 대머리의 남자랑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분위기의 여자였다. 한의사라고 소개받은 남자는 연신 여자쪽을 돌아보며, 무엇인가 귓속말을 속삭였다. 여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의 말을 거만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한의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얘기를 할 때 소주잔을 들어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잔씩 들이켰다. 나는 그런 그녀의 잔에 아무 말 없이 술을 따라 주었고, 그런 나에게 그녀는 그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밖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뒤이어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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